지구 온난화 문제가 인간에게 엄청난 위협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가뭄이나 홍수, 허리케인과 같은 대형 기상 이변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생기는데 바다의 PH농도가 낮아지는 해양산성화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바다의 역할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25~30%가 바다가 흡수합니다. 이렇게 바다로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물과 만나면 탄산이 발생합니다. 바다에 녹아든 이산화탄소는 해수가 증발하면서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되죠. 이렇게 바다는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는 완충장치가 되고 대기는 다시 바다의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대 자연의 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작용으로 바다는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탄소 보관 창고 역할을 하는 셈인데, 자연은 계속해서 이런 작용을 순환시키며 건강한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 중의 탄소가 너무 많이 쌓였을 때입니다.
산성화 된 바다에서 생기는 문제
대기 중에 CO2가 너무 많이 쌓이면 바다도 넘치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고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탄산과 함께 수소 이온을 방출합니다. 바다에 수소 이온이 많아지면서 해양 PH지수가 낮아지고 바다가 산성화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다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라 합니다.
우리 인류는 산업혁명 이래 과도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바닷물이 원래는 약한 알칼리성을 띠고 있었는데 조금씩 산성화 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다 산성화 현상은 전 세계 바다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1751년 바다 산성도는 8.179였지만 2018년에는 0.1 가량 낮아졌습니다. 일본 기상청 연구에 따르면 지구 전체 바다의 평균 PH는 최근 10년간 0.018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속도는 산업혁명 이후 250년 평균치의 4배가 넘는 속도입니다. 미국 해양 대기청(NOAA)에서는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100년에는 PH가 0.4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CO2 배출량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하게 되면 2100년에는 지난 10만 년 동안 진행된 해양 산성화보다 100배에 달하는 산성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해양 산성화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2100년의 바닷물 PH지수는 6.1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말 이렇게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대기 중 탄소량을 하루아침에 산업혁명 이전으로 만들어도 바닷물은 이미 망가져 버렸기 때문에 원상태로 되돌리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바다가 산성화 된다는 여러 가지 보고서들이 있는데 미래의 바다가 얼마나 산성화 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바다가 산성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4가지로 분류 해보았습니다.
1. 해양생태계 파괴
독일 헬름홀츠 해양 연구소(GEOMAR)의 '울프 리베 젤'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물마다 영향을 받는 정도는 다르지만 해양 산성화는 모든 해양 생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다가 산성화 되면 어린 물고기들의 성장이 저해됩니다. 어린 단계의 생물들이 성체보다 환경변화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죠. 대구 같은 경우는 개체수가 지금의 25%, 심하면 1/12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대구뿐만 아니라 섭조개, 불가사리, 바다 성게 등도 영향을 받습니다. 열대어인 크라운 피시의 경우에는 방향 감각이나 후각이 손상되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어 개체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2. 해양 생물의 소통 불가
호주의 제임스 쿡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바닷물이 산성화 되면 물고기의 신경전달 기능이 저하된다고 밝혔습니다. 물고기의 방향 전달 기능이 저하되거나 도망쳐야 할 포식자들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더 가까이 다가가서 공격에 무방비로 더 노출되는 사례도 발견되었습니다. 물고기들이 포식자를 피해야 되는데, 피아식별을 빠른 시간에 하지 못해 갑자기 잡아먹혀 버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바다가 산성화 되면 10khz 이하의 저주파 음파 흡수율이 약해져 선박 엔진 파동이나 군사용 음파가 심해까지 전달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음파로 소통하고 먹이 활동을 하는 고래나 돌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매일 대화를 주고받던 가족이나 친구가 하는 말을 하루아침에 한마디도 못 알아듣게 되는 것이죠.
3. 플랑크톤의 개체수의 급감
먹이사슬 최하층 플랑크톤 역시 해양산성화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인간이 덥거나 추울 때 주변 환경에 맞춰 신진대사량을 조절하듯이 동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요각류도 산성화 된 바닷물을 접촉하게 되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끌어와 쓰게 되어 플랑크톤은 번식을 위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플랑크톤은 바다 생태계의 최하층을 담당하고 있어 플랑크톤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면 바다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집니다.
4. 해양 어종의 25%의 서식지와 먹이 활동을 담당하는 산호초의 멸종
미국 카네기연구소는 호주에서 400제곱미터 규모의 산호군락지에 PH6.1의 바닷물을 흘려보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 이게도 산호초 뼈대 형성 속도가 1/3이나 줄어들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실험을 통해서 해양 산성화가 산호초에 미치는 영향을 집접 확인한 것이죠. 실제로 최근 30년간 지구 상 산호의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산소가 사라지는 것이 심각한 이유는 바다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1%남짓이지만 해양 어종의 25%의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합니다. 또 산호군락지의 어종은 전 세계 어획량의 12% 이상을 차지하죠. 결론적으로 산호초 지대가 물고기들을 키우는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인류의 식량을 제공하는데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산호의 멸종은 해양 생물 다양성의 감소와 더불어 수산업의 몰락, 관광 산업 붕괴, 그리고 인류의 식량난으로 까지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산호초가 넓게 형성된 산호초 지대는 해일이나 태풍 피해를 감소시키는 방어막 역할도 합니다. 실제로 2004년 몰도바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당시 820km 달하는 넓이의 산호초 지대가 해일의 힘을 흡수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런 산호가 사라진다면 자연산 방패제가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굴이나 조개 가리비 홍합같이 탄산칼슘으로 외골격을 만드는 생물들도 바다가 산성화 되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됩니다. 꽃게, 바닷가재와 같은 갑각류도 마찬가지고요. 탄산이온 농도가 낮아진 탓에 탄산칼슘 형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데요. 이런 복합적인 변화 끝에 해양 생물의 성장과 생식능력도 약화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관련 생태계가 일시에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양식산업도 무너지겠죠? 이어서 관련한 식당이나 사업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대게, 킹크랩은 구경도 하기 힘들지 모릅니다.
요약
바다는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배출하는 대기 순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바다의 PH농도가 낮아지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이 사슬의 최하층을 지지하고 있는 플랑크톤이 줄어들어 생태계가 파괴된다. 이로 인해 해양 생물의 개체수가 줄어들게 되면 수산업이 몰락하게 되고 인류는 식량난을 겪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의 임계점을 450ppm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기 중 CO2 농도는 416에 달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 지구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미래 후손들은 산성화 된 바다를 보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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