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사에서는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신기한 실험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우주재난을 다뤄왔던 영화들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두 영화보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돈 룩업과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과연 나사의 이번 실험과 같은 방법으로 지구 멸망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1. 소행성과 지구 접근 천체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합니다.

태양계가 생성될 때 지구처럼 안정적인 크기와 궤도로 행성으로 발전한 천체도 있었지만, 소로의 인력에 의해 부딪히고, 합쳐지고, 파괴되는 천체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파괴된 천체의 조각들 역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데요. 이 조각들이 바로 소행성(Asteroid)입니다.

 

태양계 대부분의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모여 있기 때문에 마치 거대한 띠처럼 보인다고 해서 소행서 대(Asteroid Belt)라고 부릅니다. 소행성들이 원래 궤도를 벗어나서 지구 근처에서 공전하는 것을 Near Earth Object, 즉 지구 접근 천체라고 합니다. 지구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행성은 바로 지구 접근 천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NEO가 지구와 충돌하는 사례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1미터 크기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사례가 무려 1,200번이 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운석입니다. 20미터 남짓의 비교적 작은 크기의 소행성이었지만 1,5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수백 개의 건물이 파괴되는 등 피해액이 한화로 360억 원에 달했습니다. 다행히 지구 표면에 충돌하지는 않고 해발 30km 상공에서 마찰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었습니다. 지표면에 닿지 않은 소행성의 추락이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실제 충돌하는 경우라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막강한 피해를 준 소행성이 충돌 직전까지 어떤 관측소나 천문학자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2. 소행성의 발견

영화에서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훨씬 이전에 발견하게 되는데요. 딥 임팩트에서는 1년 전, 돈 룩 업에서는 6개월 전, 아마겟돈에서는 18일 전에 발견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행성의 발견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1990년대 이후 지구와 충돌한 1,200개의 소행성 중에 미리 발견한 소행성은 5개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영화처럼 1년, 몇 달 전이 아니라 하루 전에 발견한 것이 가장 빠른 것이었죠.

 

이렇게 지구로 접근하는 천체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레이저 센서나 우주에 설치된 특별한 장비로 소행성의 접근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움직이는 천체를 발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원시적입니다. 지표면의 관측소에서 동일한 지점을 시차를 달리해가면서 여러 이미지를 촬영합니다. 이후 이미지를 하나하나 비교해가면서 위치가 바뀌는 부분을 찾아내는 방식이죠. 지금까지 확인된 지구 접근 천체는 약 24,000여 개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우리가 발견한 것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소행성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소행성을 발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궤도를 추적해서 지구와의 충돌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돈 룩 업에서는 혜성을 발견한 주인공들이 혜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영화에서는 수치가 0에 가까워질수록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설정인데 이런 방식으로 혜성과 소행성의 궤도를 예측하는 것은 현실 고증을 제대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처럼 단 며칠 동안의 궤적을 바탕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 이후의 궤도를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천체 궤도는 평면이 아닌 3차원의 입체적인 궤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2D 이미지 몇 장만으로 이렇게 궤도를 예측할 순 없고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추적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입체 공간에서 움직이는 소행성의 궤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소행성의 궤도는 주변 천체의 인력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결국 이런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수개월, 수년 뒤의 궤도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영화에서 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죠.


3. 소행성 충돌의 파괴력

그렇다면 소행성이 얼마나 커야 지구의 종말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아마겟돈에서 등장한 소행성은 정확한 크기가 나오진 않았지만 텍사스 정도의 크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텍사스는 미국 본토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주로 길이가 800km에 달합니다. 달의 지름이 3,400km 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크기죠.

딥 임팩트에서는 사이즈가 아마겟돈에 비해 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뉴욕 정도의 크기로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12km 정도이고, 돈 룩 업에서는 5~10km 정도로 설정되었습니다. 오버가 심했던 아마겟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화에서 소행성의 크기는 10km 안팎 정도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6,5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크기가 10km 정도인 것을 감안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정도 크기가 아니더라도 1km 정도의 크기만 되어도 대륙 하나를 사라지게 만들 정도라고 합니다. 이보다 훨씬 작은 50m짜리 소행성만 하더라도 10메가톤의 TNT,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600배에 달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소행성 충돌을 막을 방법

우리가 운이 좋게 지구로 향하고 있는 소행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궤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떻게 충돌을 막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핵미사일로 폭파시키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이 방법이 실패하게 되는데요. 행성 외부를 아무리 폭파시키더라도 산산이 부서지거나 궤도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두 번째 방법은 소행성에 깊은 구멍을 뚫어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아마겟돈에는 이 방법을 시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것은 영화적 설정일 뿐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10km 내외의 소행성을 내부에서 폭파시키려면 약 100 기가톤의 폭발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질뿐 그 궤적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발은 러시아에서 실험했던 챠르봄바로 약 50메가톤의 핵폭탄이었습니다. 따라서 100 기가톤의 폭발력을 내기 위해선 챠르봄바 2,000개가 동시에 폭발해야 가능한 것이죠.

 

결국 현존하는 기술로는 영화에 등장하는 크기의 소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사에서 실험한 방법이 행성을 파괴하지는 못하더라도 외부에서 가하는 충격으로 궤도를 조금이나마 바꿔보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런 방법을 조금 더 극대화한 설정이 돈 룩 업에 등장하는 방법인데요. 핵무기를 장착한 수십 개의 드론을 소행성에 착륙시켜 표면에 얕은 깊이로 타공을 하여 폭탄을 넣어 일제히 폭발시켜 궤도를 바꾸려고 했었죠. 하지만 폭발의 싱크가 어긋나면서 핵폭발의 위력이 소행성의 궤도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는 바꾸지 못하고 마는데요. 결국 이런 방법의 관건은 조기에 발견하여 조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바로 지구로 향하고 있는 소행성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것이죠.

관측소를 만들고 우주로 망원경을 보내고 각국의 천문학자들이 서로 연대해서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행성을 하나라도 많이 그리고 빨리 찾아내는 일입니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한 가지 긍정적인 사실은 최소한 지금 세대가 살고 있는 100년 안에 지구를 멸망시킬만한 대형 소행성이 지구로 오게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소행성을 발견하는 것뿐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건 다음 세대의 몫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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