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과 밀림 하면 떠오르는 곳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아마존일 것입니다. 하지만 백악기 대멸종 이전의 아마존은 거대한 숲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과 비슷한 환경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6,500만 년 전 아마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6,500만 년 전에는 지금과는 달랐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며 산소 공급을 담당하는 아마존 열대 우림은 크기만 해도 남한 면적의 66배에 달합니다. 이곳에 서식하는 곤충의 종류가 무려 250만 종으로 추정되고 이외에 10,000종에 가까운 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생물뿐 아니라 3,900억 그루의 나무들이 아마존 정글을 뒤덮고 있고, 나무의 종류가 16,000종이나 됩니다. 이렇듯 아마존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끝판왕과도 같은 곳인데요. 특히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이 저마다의 잎사귀로 하늘을 가려 햇빛을 모두 가리고 있어 숲 안으로 들어가면 늘 어둡고 눅눅한 환경이 우리를 맞이 할 것입니다. 이처럼 숲이 우거져 지붕모양의 덮개를 형성한 것을 캐노피라고 하는데 현재의 아마존은 캐노피의 밀도가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지금으로부터 6,500만 년 전으로 돌리면 당시의 아마존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기후는 지금처럼 덮고 습했지만 소철류와 침엽수 같은 겉씨식물들이 약간의 간격을 두어 뿌리를 내리고 있어 하늘을 가릴만한 빽빽한 숲은 조성되지 않았으며 꽃이 피는 속씨식물보다는 고사리 같은 양치류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대 공룡시대의 아마존은 열대 우림이라고 부르기에는 2% 부족하였습니다. 

소행성 충돌

지금의 아마존은 6,500만 년 전 지구를 덮친 소행성 충돌로 만들어졌습니다. 예고 없이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충돌했고 대규모의 지진과 함께 하늘에서는 소행성 충돌 열기로 녹은 유리질 암석들이 비처럼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는 대규모 산불이 일어났죠. 그리고 충돌로 인한 분진과 미세먼지는 지구의 대기권을 덮어 햇빛을 차단했고, 광합성을 하지 못한 식물이 모두 죽어버려 지구 상의 숲은 제기능을 상실하였습니다. 때문에 식물을 먹이로 삼던 초식 공룡들이 맥없이 쓰러져 나갔습니다. 이때 소행성 충돌지역과 가까웠던 아마존은 피해가 더욱 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멸종이 어떻게 지금의 아마존을 만들었다는 것일까요?

식물 화석으로 증명하다.

지난 2021년 4월 파나마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의 모니카 카르발로 박사는 콜롬비아 전역에서 5만 개의 꽃가루 알갱이와 6천 개의 식물 화석을 수집하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행성이 충돌하기 전의 백악기 지층에서는 양치류와 겉씨식물이 52%, 속씨식물이 48%의 비율로 분포했던 반면, 소행성 충돌 직후의 지층에서는 속씨식물 화석의 비율이 부려 84%까지 급증했던 것입니다. 이는 소행성 충돌이 아마존의 식물분포를 완전히 바꿔 놓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비료의 공급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엄청난 열기로 인해 대부분의 식물들이 사라졌을 텐데 어떻게 속씨식물들만 빠르게 번성해서 열대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요?  운석이 충돌하며 발생한 먼지 구름과 잿더미에는 식물 성정에 필요한 P(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는데 먼지가 차츰 땅으로 가라앉으면서 인이 토양에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죠. 인이 풍부한 비옥한 토양에서는 겉씨식물보다 속씨식물이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즉 인이 비료가 되어 잿더미가 된 아마존 토양에서 속씨식물이 우세종이 될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한 것이죠. 또 7,500만 년 전부터 다양해지기 시작한 콩과 식물들은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의 도움으로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킬 수 있어 더욱 빠르게 아마존의 빈 생태적 틈새를 채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마존은 대멸종 이후 600만 년 동안 차츰 속씨식물들로 가득한 열대 우림이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공룡의 멸종

그런데 아마존 열대림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공룡의 멸종입니다. 카르발로 박사는 대멸종 이전에는 거대한 초식 공룡들이 키가 큰 나무의 잎사귀를 닥치는 대로 뜯어먹었던 탓에 숲의 캐노피 밀도가 낮게 유지되고 햇빛이 지면에 골고루 닿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공룡이 멸종하면서 속씨식물들의 잎사귀를 대량으로 먹어 치울 동물들이 없어지게 되었고 이는 속씨식물들의 번성을 더욱 가속화시켜 아마존 밀림은 차츰 빽빽한 숲으로 뒤덮이게 된 것입니다. 

탄소동위원소로 증명

근데 왜 백악기 이전에는 숲의 캐노피 밀도가 낮았고 그 이후에는 숲의 캐노피 밀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 것일까요? 그 답은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에 있습니다. 나무의 밀도가 높은 숲에서는 키가 큰 식물들만 햇빛을 많이 받기 때문에 위쪽 아래쪽 식물들의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달라집니다. 반면에 나모의 밀도가 낮은 개방된 숲에서는 모든 식물이 햇빛을 골고루 받아 어느 식물이건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같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대멸종 이전 아마존 식물 화석에서 추출한 탄소 동위원소 비율은 높이 자란 식물이건 아래쪽에 사는 식물이건 간에 큰 차이 없이 비슷했습니다. 이는 대멸종 이전 아마존 숲은 개방되어 있었고 모든 식물들이 골고루 햇빛을 받으면서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멸종 이후의 식물 화석군에서는 탄소 동위원소 비율의 차이가 컸습니다. 키가 큰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 아래쪽에 사는 식물들은 광합성량이 부족했고 이는 아마존이 백악기 대멸종 이후 지금의 열대 우림으로 변했음을 증명하는 것이죠.

정리하면 소행성 충돌 이후 토양에 공급된 다량의 인, 콩과 식물의 번성, 백악기 공룡의 멸종이 지금의 아마존을 만든 것입니다. 지금 거대하고 울창한 밀림의 아마존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백악기 대멸종의 결과로 만들어진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렇듯 얽히고설켜 끝없이 변화하는 지구의 생태계는 경이로움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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