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를 머물 때 100km 떨어진 아부다비에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습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 연랍군이 보복을 했고요. 그리고 또 얼마 전 아랍 연합군이 예멘의 수도 사나 공습을 감행을 했고 이에 예멘 후티 반군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들은 모두 철수하라면서 보복을 암시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리를 해주는 곳이 별로 없어서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예멘, 중동패권 싸움의 희생양
아랍의 봄은 다시 올까?

홍해의 요충지 예멘

예멘은 아라비아 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중동국가 입니다. 남쪽으로는 아라비아 해와 맞닿아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홍해를 끼고 있습니다. 지리를 조금 배운 사람이라면 지리적으로 요충지라는 느낌이 들텐데요 실제로 인도와 아프리카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예멘의 아덴에서는 예로부터 주변국과의 많은 교역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실크, 향유 등 그야말로 동서양을 잇는 중개무역의 중심지였다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사실로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홍해에서 나와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게 되면 아라비아 해가 나오고 그다음으로 인도양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전략적인 요충지 즉 조크 포인트라고 부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바브엘만데브 해협인데요. 전 세계 3대 원유 수송로가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입니다. 그러니까 정말 정말 중요한 곳에 위치해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죠. 

식민지배의 역사

예멘은 오랜시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1839년 영국이 해군 함대를 보내 아덴을 점령하게 됩니다. 1918년 예멘이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는데 북예멘 측에서는 예멘 왕국이 세워지게 되고요. 영국에게 가장 중요한 식민지인 인도와 영국을 이어주는 중간지역으로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 영국은 아덴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아덴을 중심으로 해서 11개 토후국이 함께 뭉쳐 만든 남부 아라비아 연합이 남예멘 쪽을 지배하게 됩니다. 1960년대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족해방운동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 덕분에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도 독립을 하게 되고 예멘도 그 바람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먼저 북예멘에서는 1962년 압둘라 알 살랄이 이끄는 자유 장교단이 쿠데타를 일으켜 왕정을 무너뜨립니다. 자유장교단은 사실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의 후원을 받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예멘 아랍 공화국을 설립하게 되고 알 살랄은 초대 대통령이 됩니다. 그렇지만 1967년까지 왕당파의 저항이 있었고 내전을 피할 수가 없었죠. 그렇게 나세르의 이집트가 지원하는 공화파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왕당파의 내전이 계속되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왕당파의 지원을 했을까요? 당시 이집트의 나세르는 통합 아랍 공화국을 건립해서 자기가 이걸 통해 중동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화국 건설이 북예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예멘까지도 확장을 하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까지도 확장되기를 바랐습니다. 사우디에서도 세속적인 민족주의적 혁명을 일으켜서 공화국을 설립하고 완정을 무너뜨리고 친 이집트 정보를 세우려고 했던 것이죠. 왕실을 지배하에 잇던 사우디 측에서는 이것을 못 본 채 지나 칠순 없었는데요. 그렇게 전쟁이 계속되었고,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은 심지어 20년 동안 예멘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집트가 예멘에서 철수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제3차 중동전쟁: 1967년 6월 5일~6월 10일

1967년 6월 5일 6일 전쟁이 일어 나게 된 것입니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이스라엘의 대승으로 마무리되었죠. 전쟁에 지친 이집트와 아우디는 평화에 합의를 하고 전격적으로 이집트가 예멘에서 철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3년 후에 나세르 대통령이 사망을 하면서 중동에서 이집트의 영향력을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오히려 사우디 아라비아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안정화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까지 계속해서 분쟁, 내전, 갈등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 이후에 조금씩 안정이 되어가는 모양새였습니다. 

남예멘에서도 혁명이 발생했습니다. 1963년 라드판 봉기를 시작으로 분쟁, 갈등, 봉기가 계속해서 있었고, 결국 영국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1967년 철군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예멘에는 예멘 인민 민주 공화국이 건립이 되었습니다. 이 배경에는 당시 소련이 있었죠. 그래서 예멘 인민 민주 공화국은 사회주의를 넘어 막시스트 정권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독립

1980년 말이 되면서 공산주의 블록 그리고 소련도 많이 쇠약해지고 이었습니다. 소련으로부터 지원을 받던 남예멘의 형편도 아주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남과 북은 통일을 하기로 1989년 합의를 하고 1990년 통일 예멘이 출발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좋은 결말을 예상할수도 있습니다. 

북예멘의 대통령이었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통일 예멘의 초대 대통령이 됐는데요. 당시 권력 분배에 불만을 가진 남예멘측에서 통일이 된 이후 4년 만에 내전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내전은 살레 대통령이 5개월 만에 진압을 하고 33년간의 독재정치가 시작됩니다. 살레의 독재기간 동안 많은 부족들의 봉기가 있었고 또 갈등이 이어졌죠. 그중 북부 지역에 있던 자이디 시아파가 상당히 많은 불만을 가지고 또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특히 2004년 자이디 시아파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후세인 알 후티가 살레 대통령과 정부에 의해 사살이 됩니다. 이때부터 후티 반군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랍의 봄

2011년 '아랍의 봄' 기억하시나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예멘에서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저항을 하고 버티던 살레 대통령은 2012년 결국 물러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부통령이자 오른팔이었던 하디부통령에게 이 정권을 내어주게 됩니다. 아마도 정권을 내어줄 때 살레는 하디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서 조금 모마를 하게 되면 다시 돌아오리라 이런 생각을 했겠죠? 하지만 놀랍게도 하디는 독재로 얼룩진 전 정부를 지우고 자신의 정치를 시작합니다. 부정부패를 없애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을 하고 예멘을 여섯 개의 주로 분할을 하고 각 주마다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종파 간 그리고 부족 간의 갈들이 불거지게 됩니다. 

많이 들어 보셨을겁니다. 이슬람에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있습니다. 예멘 같은 경우는 시아파가 전체 인구의 41% 정도를 차지합니다. 수니파가 55%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죠. 예멘의 만만치 않은 인구가 시아파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이들은 주로 예멘의 북부에 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다 주, 알자우프 주, 하자 주 세 군데에 많이 분포가 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하디 대통령이 사다 주에만 시아파의 자치권을 준 것입니다. 인구의 41%나 차지하고 있고 많은 주에 걸쳐 살아가고 있는데 한 주에만 자치권을 준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노하면서 내전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예멘 내전: 2015년 ~

지금 예멘 내전에 연루되어 있는 집단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를 할 수가 있는데요. 

1. 시아파 후티 반군

후티 반군은 내전이 발발하면서 수도인 사나를 점령을 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요충지라 할 수 있는 호데이다 항구도 점령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홍해에 맞대고 있는 서쪽 지역을 후티 반군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아무래도 종파적으로 얽혀 잇기 때문에 굉장히 끈끈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디 정부는 내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5년 1월 22일 항복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번복을 합니다. 사실 하디 정부가 국제사회 그리고 UN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합적적 예멘의 정부입니다. 지금 하디 대통령은 사우디 아라비아로 망명을 가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예멘에서 정부군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이 차지를 하고 있는 곳은 동부, 중부, 그리고 아덴 주변의 남부입니다. 그런데 남부에는 여전히 남부 분리를 원하는 남부 분리 주의자들이 있습니다.

2. 남부 과도 위원회 

남부 과도 위원회라고 불리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있습니다. 많은 지역을 점령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덴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많은 주민들이 과거 남예멘을 그리워 하면서 이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석유, 가스등의 지하자원들이 많기 때문에 예멘에서 분리 독립을 해서 남예멘처럼 살더라도 경제적으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국가가 분열되고 내전이 생기고 갈등이 많을 때 이 틈새를 파고드는 세력들이 잇습니다. 바로 테러리스트입니다. 

3. 무장 폭력 단체

알카에다의 아라비아 지부가 아덴 근처의 남부 그리고 중부 내륙 지점을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배후가 또 있다는 것입니다. 혹자들은 예멘 내전을 '내전을 모습을 한 국제전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먼저 후티 반군 같은 경우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이 배후라는 것입니다. 사실 후티 반군의 시아파는 자이디 시아파라고 해서 이란의 시 아파하고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수니파에 가까울 정도로 온건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고 그래서 이란이 후티 반군 뒤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학자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이 쓰고 있는 무기체계가 이란제이고 그들이 외치는 구호라든지 훈련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 이란이 지원을 하고 있는 헤즈볼라와 상당히 흡사해서 후티 반군의 뒤에는 이란이 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군 뒤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연합군이 있습니다. 물론 사우디는 수니파이고 정부군도 수니파이기 때문에 종파적인 것도 있지만 여기는 이 지역 내의 패권 경쟁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아파의 종주국은 이란이고 수니파의 종주국은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시아파 벨트라고 해서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우디 아라비아 남쪽에 위치한 예멘마저 시아파에 장악된다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사실상 시아파에 의해 둘러 싸이는 형국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멘과 접경하고 있는 사우디의 남부 지역은 사우디 중앙정부의 통제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이 점점 시아파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사우디로서는 상당한 안보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사우디는 절대 왕정국가입니다. 실제로 아랍 연합군에 속해 있는 많은 국가들이 왕정국가들입니다. 만약 후티 반군이 공화국을 세우게 된다면 자신들의 왕실에도 위협이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남부과 도위원회 즉 STC를 지원하고 있는 세력이 있습니다. 

4.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아랍연합국에 속해 있지만 사우디와는 다른 꿍꿍이가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페르시아만 안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연합 입장에서는 아 아라비아 해를 지나서 홍해 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남예멘 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사우디의 압박과 같은 수니파 국가이기 때문에 아랍 연합군 안에서 같이 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렇게 복잡한 역학 관계가 겹겹이 쌓여 있는 것입니다. 종파 간의 갈등, 부족 간의 권력투쟁, 주변국과의 국제관계까지 얽혀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예멘 내전 사태를 보면서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멘의 국민들이 정말 기뻐하면서 희망을 가졌던 때 중에 하나가 바로 통일이 되었을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나라가 내전으로 갈갈이 나뉘게 되고, 국내 전을 빙자한 국제전의 정장이 될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정체성과 제도가 다르고 또 그 다름으로 인해 서로 갈등과 분노, 증오하게 되어 결국에는 지구 상에서 가장 참혹한 장소로 전락해버린 것입니다. 물론 한국과 예멘은 굉장히 다릅니다. 종파로 인한 갈등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고요. 부족 간 갈등도 생각하기 어렵죠. 하지만 매우 다른 제도하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정체성이라든지 서로가 믿는 신념은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통일 이야기를 할 때는 이게 얼마나 많은 경제적인 결실을 가져다줄 것인가라고 희망찬 이야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 생겨난 이 차이를 과연 우리는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혹은 그것에 대한 준비는 우리가 얼마나 하고 고 있는 것인지 한번 반문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예멘 국민들이 현재의 참혹한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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