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6일 CPTPP에 공식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약 일주일 후 대만도 가입 신청을 했는데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요? 굉장히 핫이슈였는데요. 과연 CPTPP는 무엇이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와 중국과 대만은 동시에 가입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CPTPP: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CPTPP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일본,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총 11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원래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TPP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5년에 브루나이, 칠레, 싱가포르, 뉴질랜드 이 4개국이 TPSEP라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고 했습니다. 근데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이 미국도 참여하겠다 하면서 점점 많은 국가들이 들어오게 되었죠. 그리고 오바마 정부에 와서 미국, 호주, 일본,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까지 12개국이 참여하게 되었죠. 2015년에 협정이 타결되었고, 2016년에 사인을 하고 비준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탈퇴와 재정비

2016년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리고 2017년에 트럼프는 취임 후 자국 일자리 보호를 외치며 TPP를 탈퇴하죠. 경제규모가 가장 큰 미국이 나가버리자 경제권 규모와 참가국 인구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TPP가 와해될 거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주도로 협상이 진행되었고 나머지 11개국이 CPTPP로 이름을 바꿔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이루게 됩니다. 이중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는 비준을 남겨 놓고 있고요. 나머지 8개 국가는 이미 비준까지 다 마치고 효력이 발생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자유무역협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원래 TPP를 구상했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세기의 무역질서는 미국이 만들 것이다."라고 이야기했고,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도 2011년도에 '아시아 회귀 정책에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TPP가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한적도 있을 정도로 미국으로선 야심 찬 계획이었습니다. 비록 미국은 떠났지만 11개 국가가 남아서 만든 CPTPP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품목과 높은 관세 철폐율을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노동, 환경 이런 기준들도 굉장히 높습니다. 강제 노역 같은 것도 없어야 하고요. 또 정부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정보가 보조금을 준다든지 이런 건 안되고요. 그리고 디지털 트레이딩이 자유화되어야 한다. 즉 일부 정부가 자국의 데이터가 국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든지 서버를 항상 국내에 둬야 한다라는 어떤 규제를 하는 것을 철폐해야 된다. 이런 것들을 근간으로 하고 있죠.

중국과 대만

현재 중국에 이어 대만까지 가입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사실 대만은 TPP때부터 가입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국내 규범들도 철폐를 한다든지 아니면 완화를 시키고 CPTPP에 들어가게 되면 반발이 예상되는 섹터 즉, 농업분야 이런 쪽에 종사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있었고요. 그리고 CPTPP의 가맹 국가들을 일일이 접촉하면서 물밑 작업을 꽤 오랫동안 벌여 왔습니다. 대만이 가입 신청을 했다니까 바로 전랑 외교로 유명한 외교 대변인이죠. 자오리젠 대변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중국은 대만이 어떤 협약이나 기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게 누가 먼저 들어가서 멤버 국가가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CPTPP의 특징 중 하나는 특정 국가가 가입하려면 가맹국중 한 국가라도 반대를 하면 가입이 안 되는 것입니다. 즉 만장일치제라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 중국이 먼저 CPTPP의 멤버가 된다면 타이완이 CPTPP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거의 막힌다고 보는 것이 맞죠. 자 여기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대만이 과연 이런 협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라는 것인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가능하다'입니다. CPTPP와 TPP도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국가이거나 독자적인 관세 영역을 가진 주체라고 표현되어 있거든요. 2001년도에 중국과 대만이 WTO에 가입을 할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중국이 먼저 가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만이 가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중국이 CPTPP에 가입 신청한 이유

사실 예전부터 관심이 있기는 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APEC 정상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CPTPP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근데 9월 16일이 하필이면 바로 이때 전격 가입 신청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첫 번째로 나오는 의견은 바로 전날 9월 15일 미국, 호주, 영국 이 3국이 AUKUS라는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을 맺었죠. 그래서 중국이 바로 다음날인 9월 16일에 CPTPP에 가입을 하겠다고 신청을 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대만과의 긴장관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대만의 외교 영역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중국이 선수를 쳤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또 다른 정치적인 이유라는 의견인데요. 사실 미국이 TPP를 빠지고 나서 외교적으로 뭔가 허전한 틈이 생겼다고 할 수가 있는데요. 여기를 중국이 기회다 하고 비집고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네 번째.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제 중국이 자유 무역을 이끌어 가는 국가가 되겠다."라고 선언을 합니다. 만약에 중국이 CPTPP에 가입을 한다라고 하면 미국에 한방 먹이는 일이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벌써 이런 의견을 내놓으니까 CPTPP 멤버 국가들 사이에서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CPTPP에 중국이 가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국내 경제 정책들, 규제를 뜯어고쳐야 되는데 현재 중국에서 개혁을 실시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그래서 중국이 경제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위함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국은 CPTPP에 쉽게 가입이 가능한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예를 들어 노동의 경우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되고, 강제 노역이 없어야 됩니다. 이쯤에서 눈치채셨을 텐데요. 현재 중국은 신장지역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은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Digital trading 중국은 외국으로 자국의 데이터가 나가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과연 중국이 이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현재 중국의 상태로는 이런 부분 때문에 CPTPP에 들어올 수 없다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국가들의 반응은 뜨뜨 미지근합니다. 일본은 과연 중국이 위 3가지 기준에 맞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요. 호주도 별로 반응이 좋지는 않습니다.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규범에 기반한 무역이라든지 경제 활동을 해왔었는지 우리가 꼼꼼히 살펴봐야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알려진바로 호주와 중국은 사이가 썩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정치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중국이 상대 국가에 대해서 경제적인 보복을 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죠. 중국의 작가이자 정치 평론가, 그리고 민주화 운동가인 류샤오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을 두고  노르웨이 측에 연어로 무역 보복을 했었던 것과 일본에 희토류 무역 보복도 있었고요. 그뿐인가요. 우리나라도 사드 배치로 한한령을 발동했었습니다. 또 중국 정부는 시장과 기업활동에 무차별적인 개입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좀 찜찜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의 가입을 반기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라든지 싱가포르 같은 경우는 환영한다 라는 입장을 내놨고요. 또 다른 국가들도 아무래도 중국이 제1무역 교역국이기 때문에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키 플레이어 미국

사실 미국이 TPP를 끝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지금은 탈퇴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CPTPP에 복귀를 할 생각이 당장은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국무부 브리핑에서 중국과 대만의 가입신청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미 국무부 대변인이 '그 회원국들의 의향을 존중하고 미국은 국내 투자에 우선 할 것' 이라며,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의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지금은 당장 복귀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다만 재협상을 할 만한 상황이나 조건이 된다면 그때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즉 테이블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아시다시피 2022년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PTPP협상을 들어간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근데 여기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2018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NAFTA를 개정해서 USMCA라는 새로운 다자 자유무역 협정을 맺었습니다. 근데 여기에는 '만일 3개국 중 누군가가 비시장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고 시도나 협상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협상이 시작하기 3개월 전엔 다른 국가에게 통보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니까 어떤 조약이 있고 그 내용은 어떤 것인지 원하는 정보들을 다 제공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국가가 이것이 마음에 안 든다.라고 하면 USMCA를 떠나서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게 하는 그런 조항을 넣어놨습니다. 이걸 이런바 Non Market Economy Clause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서 비 시장 경제라 함은 바로 중국을 의미하는 것 이겠죠. 이 조항이 사실  큰 구속력이 없고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법학자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정치적인 메시지는 될 거라고는 합니다. 만약 캐나다와 멕시코가 CPTPP에 중국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게 되고 협상을 하게 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여기를 떠나겠다 이야기를 하고 캐나다, 멕시코와 각각 자유무역협정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멕시코와 캐나다 사이에 오고 가는 무역량(343억 달러)은 미국과 멕시코(4,815억 달러), 미국과 캐나다(5,182억 달려) 사이의 무역량에 비하면 정말 작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 입장에서는 조금 고민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요. 아마도 미국은 일본 그리고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호주를 통해서 여러 가지 압박에 들어가지 않을까 라는 전망됩니다.

앞으로의 전망

2021년 2월 가입 신청을 했었던 영국을 통해서 절차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단 신청을 하면 이 국가가 CPTPP 규범에 맞는 경제 무역 활동을 할 것인가를 살펴보게 되죠. 그래서 괜찮겠다 싶으면 협상을 하기 위해서 워킹 그룹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영국의 경우 이미 6월에 워킹 그룹이 만들어져서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라도 반대를 하면 워킹그룹조차 만들 수 없다고 하는데요. 영국 같은 경우는 이미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을 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노동기준, 환경기준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다른 개별 국가들 하고도 이미 여러 가지 물밑 작업을 끝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짧은 기간에 워킹 그룹이 만들어질 수가 있었던 것인데 중국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과연 영국처럼 스무스하게 일이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CPTPP에 가입을 하게 되더라도 상당히 지루하고 긴 협상을 통해서 또 여러 가지 자국 내 규범을 고친다는 약속을 통해서 중국이 가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전망합니다.

그렇게 중국이 가입을 하게 되면 대만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요? 무역 협정이지만 정치와 함께 움직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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